섬·망(望) – 제4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수상

2025년이 저무는 11월의 어느 저녁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희 영화 섬·망(望)이 영평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촬영상과 음악상을 받았고
올해의 영화 10편(영평 10선)에 올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마음을 담은 순간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반드시 남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너무나 작게 개봉한 영화가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닿았다는 것에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귀한 상을 받게 된 것도 감사했지만,
무엇보다 소식을 들은 분들이 저희보다 더 기뻐해 주셔서 그게 더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저희가 정말 많은 응원을 받고 있었구나 느꼈어요.
함께 영화를 만든 우리 배우님들과
우리가, 또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 섬·망(望) 함께 해주신 극장들에게 깊이 고맙습니다.
인디스페이스, 오오극장, 인천 미림극장, 목포시네마엠엠, 대전 씨네인디U, 광주극장, 광주GIFT, 포항인디플러스 – 이 극장들이 없었다면 저희 영화는 관객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은 영화의 손을 잡아준 극장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순리 순몽돌 순별 순진 순은거울 순안녕 순히 순동글동글
순새벽 순고마워 순해맑은소리 순나무 순열음 박순리 김정민우

촬영상
김정민우 [섬·망(望)]
시상평
영화가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법

어떤 비극은 인간을 깊은 늪 속으로 끌어내린다.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알면서도, 과거에 얽매인 채 허우적대는 우리네 처지는 가엽고도 애처롭다.
그리운 이의 사진 한 장, 따스한 해피엔딩이 반겨주는 영화관은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훌륭한 피난처가 된다. 그러나 과거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이 행위가 진정으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박순리 감독의 <섬.망(望)>은 바로 이 물음 위에서 죽음과 이미지에 관한 사유를 독특한 시간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다종다양한 촬영 구도를 일관된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낸 것은 <섬.망(望)>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다. 타르코프스키를 연상시키는 파도와 숲의 절경에서부터, 고독사 현장을 비추는 작은 촛불의 일렁임까지. 김정민우 감독의 카메라는 피사체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인물의 움직임을 담아낸 장면들 또한 인상적이다. 고속촬영을 활용한 슬로모션을 통해 ‘슬로우 시네마’의 미학을 차용하는가 하면, 편집과의 협업을 통해 육체가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하는 마술적 순간을 그려낸다.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장면 외에도, <섬.망(望)> 에서 눈여겨볼 지점 중 하나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새로운 시간 감각’을 드러낸 방식에 있다. 영화관을 나온 은애는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언니의 기억 속을 방황하기 시작한다. 하루가 있고, 그것을 살고 또 그것을 죽고 언니를 향한 기억 속에는 두 사람 외에도 은애의 삶을 스쳐 간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고, 동상처럼 굳어간 자들이다. 은애를 따라 도로 위를 유영하던 카메라는 그 자유로운 움직임 위에 각각의 증언을 시의 질감으로 수놓는다. 이처럼 <섬.망(望)>은 마술적인 카메라의 몸짓만으로 낯선 시간 감각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낸다. 잠에서 깨어난은애가 지금까지의 모든 장면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조차, 그 꿈의 감각은 너무도 강렬하여 현실의 감각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작품의 한가운데에 배치된 한 장면은 <섬.망(望)>이 구현하고자 한 영화의 시간성’을 다시금 상기한다. 과거의 망령을 피해 타지로 도피한 은애가 함께 사는 언니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카메라는 창문 밖에서 식사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데, 창문을 비롯한 프레임 속에 갇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이후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두 번째 꿈 장면. 해변을 걷던 은애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내밀고, 갑자기 나타난 어린 시절의 은애가 그 손을 맞잡는다. 이때 관객의 시선이 어린 은애의 시선으로 전환되며, 우리는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과거와 현재, 두 시간선을 넘나드는 경험임을 직감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은애가 기억의 바다를 헤엄치듯, 우리는 영화를 통해 이미 지나가 버린,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세계를 바라본다. 이것이 <섬.망(望)>이 영화관의 감각을 작품 내부로 끌어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승현 (영화평론가)

수상 소감

영화는 다른 어떤 것보다
삶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마음 속에 영화를 품은 분들과
우리 곁의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언제나 빛을 비춰주는 친구들 –
순리 순몽돌 순별 순진 순은거울 순안녕 순히 순동글동글
순새벽 순고마워 순해맑은소리 순나무 순열음.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살고, 또 살아내는
세상의 은애들에게 이 영화를 드립니다.

순리필름 드림

음악상
김정민우 [섬·망(望)]
시상평
회절과 파동을 통한 소리의 존재론

<섬.망(望)>의 음악은 소리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스스로 울리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음악을 담당한 김정민우는 캐런 바라드(Karen Barad)가 말한 물질과 의미의 얽힘'(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을 사운드의 층위에서 실현하며, 음악을 인간의 감정언어에서 해방시켜 존재와 시간의 회절적(diffraction) 무늬로 재구성했다.

김정민우의 음악은 처음부터 ‘소리’와 ‘비소리’의 경계가 흐린 상태로 시작한다. 화이트 노이즈, 환기구의 바람, 미세한 방 안의 떨림 등이 음악이자 비음악으로 존재한다. 즉, 인간(주인공의 내면)과 세계(환경음, 사운드)가 아직 분화되지 않은 ‘한 몸’의 상태이다. 탁월한 점은, 이 사운드가 “음악으로 인식되기 전의 세계’를 들려준다는 점. 존재와 감정이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계의 감각적 표면을 소리로 형상화한다.

영화 중반, 은애가 기억의 잔상과 현재를 오가며 현실이 흔들릴 때, 음악은 일정한 멜로디 대신 반복적 잡음, 소리의 중첩, 소리의 느린 변형을 사용한다. 기억과 현재, 내면과 외부가 서로 간섭하며 “둘 다 진실이지만 둘 다 완전하지 않은” 진폭을 만들어낸다. 음악은 심리적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간섭 현상’을 구성한다. 음악이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의 얽힘을 물질적으로 재현한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음악이 거의 사라지고, 여운만이 남는다. 그 거의 없음’이 오히려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 사운드의 여백 속에서 과거의 울림과 현재의 정적이 하나의 파동처럼 공존한다. 소리의 부재를 적극적 존재로 만든다는 점이다. 소리를 끄는 순간조차 하나의 회절적, 파동적 사건으로 다룬다.

영화속에서 침묵 또한 파동의 한 형식이며, 사운드의 그림자로 기능한다. 이 철학적 감각은 존재는 행위이며, 비존재 또한 행위다, 라는 사유를 그대로 구현한다. 주인공의 심리적 동요와 함께 음악은 다시 등장하지만, 인간적 감정선 대신 비인간적 감응의 층위로 작동한다. 물의 진동, 금속의 울림, 공기의 압력 등이 정서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음악은 주인공의 감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스스로 감응하며 인간과 공명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음악은 감정의 언어가 아니라.
감정이 되기 전의 물질적 진동을 들려준다. 감정 이전의 감각, 인간 이전의 울림을 만들어냄으로써 인간 중심적 서사 바깥에서 감정이 생성되는 과정을 감각화한다.

영화의 끝에 남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음악의 잔여물들이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것의 흔적이 화면에, 공간에, 관객의 몸에 남는다. 차이는 사라지지 않고 흔적으로 남아 새로운 세계를 구성한다. 이때 잔향은 남아 있는 차이의 흔적이며 형상이다. 그건 음악의 완결이 아니라, 소리의 여운으로 만들어진 존재론적 흔적이며, 관객의 신체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얽힘을 만들어내는 확장된 청각적 세계로 기억될 것이다.

정재형 (영화평론가)

수상 소감

영화를 만드는 동안
아침마다 박순리 감독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도 더 많은 눈물로 함께 만들었어야 하는데
마음만큼 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게 흘린 눈물이라도
당신께 닿은 것 같아 고맙습니다.

박성희 이은 최원정 오민정 박세기 김이담 이길원 홍강우
이 이름들도 당신을 위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니 부디 오늘을 기쁘게 살아주시기를.
이 영화가 늘 곁에 있을 겁니다.

순리필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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